갱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 숯이 타는 냄새와 리듬감 있는 시끄러운 굉음, 반복되는 두들김, 그리고 거친 표면에서 정갈함으로 탈피하는 소름이 돋는 소리 이 모든 원시적인 전통 기법을 통해 유기가 탄생한다. 유기는 숨김없는 대단히 직선적인 성격을 띠는 남성적 혈통을 지니지만 오래도록 포용하는 섬세함과 뜨거운 심장이 있다. 이러한 인격을 갖춘 유기가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즐겁고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 보다는 자신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절제된 미학적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주거 환경을 포함한 문화, 자연, 생활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간결한 단위의 선을 찾아 보았고, 그러한 꾸밈없는 정직한 선을 담아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로 정리하였다. 형태에서의 또 다른 주요 과제는 뚜껑의 존재 여부였다. 기능적인 필요와 더불어 열어보지 않아도 귀함을 알 수 있고, 그 안이 비어 있어도 무게감 넘치는 침묵은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11가지의 다양한 선에서 그릇이 나왔고 그것의 형태적 특질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뚜껑을 씌웠다. 불완전 요소에 마지막 문장을 더함으로 ‘함(函)’ 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온도를 고려하여 뚜껑에 손이 닿는 부위를 최소화하였고 손가락 안쪽의 탄력성과 마디의 골에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 올릴 수 있게 디자인하고. 식탁과 주방에서 쉽게 다룰 수있도록 기존의 무거움을 개선하여 보다 가볍게 하였다.

또 현대인이 분명히 요구하는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담기 위해 식생활을 탐색하게 되었고, 식생활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그릇, 그 중에서도 밥그릇의 크기를 살피는 일이라 생각했다. 1940년대 680ml의 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90년대에 들어서 절반 수준의 370ml로 줄게 되고, 2013년에는 그 크기의 또 절반인 190ml의 규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조금 더 작은 그릇은 없는지 찾는 고객층이 늘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하게 적게 먹는 습관이 사회적 배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조금 작게 조금 적게 라는 가치를 우선으로 두고 디자인을 진행했다.

형태와 기능 외에 하나 더 중요한 것은 감성의 관점이었다. 그러기 위해 구리와 주석의 독특한 비율의 합금을 이해하는 진지한 과정이 필요했다. 이 프로세스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제조 공정과 재료의 물성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이해는 제품의 형태적 특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인 동시에 마감의 방법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소재 마감의 다양한 연구와 반복적인 실험과정을 통해 그릇의 모든 안쪽은 담긴 음식이 더욱 귀하게 보이도록 매끄러운 유광으로 하였고, 바깥은 매끄러움, 무광, 거침, 옻칠 등 5가지 방법으로 제안하여 유기로 하여금 더 풍부한 감성을 갖도록 하였다.

옛 선인들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머리와 영혼까지 감동시키는 경험을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눈으로만 즐겁고 매혹적인 그릇보다 그 그릇을 쓰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기능이 담겨 관상용이 아닌 일상을 함께 공유해 갈 때 아름다운 그릇이 될 수 있을 것이다.

YÉOL means to carefully preserve the beauty of our cultural heritage inherited from antiquity for today and tomorrow.
YÉOL is a gathering of people who steadfastly promote the ideals represented in its name, and support the efforts to promote the proper understanding of our traditional culture and foster love for our cultural heritage, wherever attention alone is not enough.

Since 2013 YÉOL selects one master artisan who displays passion and commitment to traditional craftsmanship and systematically supports the award winner’s work from technical aspects to exhibition, promotion and sales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