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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또 현재에서 미래로의 흐름이 되어야 한다. 전통의 유산인 유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옛 것을 기리고 넋두리하기 위한 복원 혹은 부활의 작업이 아닌 과거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우리 환경에 맞추어 우리의 실생활에 가장 두루 쓰여야 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현재 유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성에 부합하지 못한 한계로 인해 그것의 쓰임새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항균 및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보존력이 우수한 건강함을 지닌 친환경 소재인 놋이 건강한 제작 공정을 통해 삶에서 본인의 건강, 혹은 가족의 건강, 더 나아가 환경의 건강한 가치에 투자하려는, 합리적인 소비보다 철학적 소비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과 공유되어야 할 대상으로써 “유기는 건강한 식기” 라는 인식의 재조명에 초점을 두었다. 이와 함께 외형으로부터 소비자에게 침투되는 것이 아닌 현대적 쓸모를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실험적 접근으로 그 동안 유기에 대해 관심이 없었거나 유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이 들의 꾸밈없는 정직한 선을 담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로 정리하였다. 형태에서의 또 다른 주요 과제는 뚜껑의 존재 여부였다. 뚜껑의 의미가 예보다 많이 바랬지만, 진귀한 보물이 담겨있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뚜껑의 역할이 중요했다. 열어보지 않아도 귀함을 알 수 있고, 그 안이 비어 있어도 무게감 넘치는 침묵은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11가지의 다양한 선에서 그릇이 나왔고 그것의 형태적 특질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뚜껑을 씌웠다. 어떤 것은 굉장히 납작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아래와 똑 같은 대칭이 되기도 한다. 불완전 요소에 마지막 문장을 더함으로 ‘함’으로 존재하는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유기의 보존력 때문에 뜨거워진 뚜껑에 손이 닿는 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간중심적 사고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하였다. 우리 손가락 안쪽의 탄력성과 마디의 골에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 올릴 수 있게 도안 되었고 더 많은 제작 시간과 노력 그리고 노동을 요구함에도 현대적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식탁과 주방에서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기존의 무거움을 개선하여 보다 가볍게 하였다.
현대인을 위한 그릇을 제작하는 것은 현대인이 자신들 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요구하는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담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분명한 요구에 접근하기 위해 식생활을 탐색하게 되었고, 식생활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그릇, 그 중에서도 밥그릇의 크기를 살피는 일이라 생각했다. 1940년대 680ml의 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90년대에 들어서 절반 수준의 370ml로 줄게 되고, 2013년에는 그 크기의 또 절반인 190ml의 규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조금 더 작은 그릇은 없는지 찾는 고객층이 늘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하게 적게 먹는 습관이 사회적 배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름 반상기 세트는 유기, 옹기, 자기, 나무 4가지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였다. 유기의 경우, 소재 마감의 다양한 연구와 반복적인 실험과정을 통해 그릇의 모든 안쪽은 담긴 음식이 더욱 귀하게 보이도록 매끄러운 유광으로 하였고, 바깥은 매끄러움, 무광, 거침, 옻칠의 4가지 방법으로 제안하여 유기로 하여금 더 풍부한 감성을 갖도록 하였다. 옹기 또한 흙의 비율을 달리하여 네가지 빛깔을 표현했다. 나무는 부드러운 황토빛과 검붉은 색 두가지로 구성되어있다.
선분 하나가 전체의 형태를 결정짓는 공정을 고려하여 크게 세 가지의 형태적 구분을 지었다. 그 가운데 우리의 주거 환경을 포함한 문화, 자연, 생활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간결한 단위의 선을 찾아 보았다. 아름은 두 손을 모아 전달하는 형태를 그린다. 두 손으로 담는 둥글린 모양의 아름진 정성을 표현했다. 가장 익숙한 형태인 아름은, 내부의 곡면 (Curvature)과 외부의 곡면이 다르다. 이는 주물의 유기에서 제작하기 어려운 형태로 아우로이만의 제작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유기 : 무광
유기 : 유광
유기 : 정제 옻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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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 갈색
옹기 : 흰색
나무 : 옻칠
나무 : 질감을 낸 검은 옻칠
지역
안성

소재
유기(Copper 78%+ Tin 22% ), 옹기, 자기, 나무(옻칠)

규격
Ø 77 x 30, Ø 88 x 33.5, Ø 99 x 37, Ø 103 x 55.5, Ø 112 x 59.5, Ø 141 x 54.5

제작
국가무형문화재 제 77 호 유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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